88.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느낄 때|当你真正感受到事物的美好

88.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느낄 때|当你真正感受到事物的美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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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꽃 축제에 다녀왔다. 표를 예매하면서 기대했다. 듣도 보도 못한 꽃을 구경할 수 있겠지? 화려한 꽃과 그 빛깔에서 눈을 뗄 수 없을 테지?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뀌었다. 실제 가 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절로 떠올랐다. 동네 꽃집이나 식물원에서 익히 봐 왔던 꽃이 가득했다. 아름다움을 감지하는 내 감각의 촉수가 퇴화한 건가 싶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 꽃 좋아하는 사람이 이리 많았나 싶을 정도로 꽃보다 사람 머릿수가 더 많았다. 꽃을 음미하며 미소를 짓기는커녕 미간만 찌푸린 채 집으로 돌아왔다.

몇 달 뒤 출근길이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노란 점 하나가 보였다. 정체가 궁금했다. 자세히 보니 이름 모를 들꽃이 가지 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바람이 스칠 때마다 이리저리 나부끼고 있었다.
난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 꽃과 눈을 맞추고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았다. 정면에서 볼 때는 분명 둥근 점 같았는데 다른 각도로 관찰하니 샛노란 꽃잎이 여러 장 붙어 있었다.
한복을 입은 예닐곱의 무희들이 부채를 흔들며 원 모양의 대열을 이룬 채 자태를 뽐내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과장하면, 꽃 한 송이가 내 가슴에 들어와 정중동靜中動의 요소가 잘 어우러진 한 편의 춤사위를 펼친 셈이다. 묘한 뿌듯함이 찾아들었다.

그렇게 엷은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기려는데 한편으론 뭔가 찜찜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석연치 않음의 정체는 뭐지?
문득 꽃 축제를 찾았을 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그떄는 왜 눈에 띄게 예쁜 꽃을 발견하지 못한 걸까. 곰곰 따져봤다. 아차, 꽃 축제에 아름다운 꽃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런 꽃을 알아채고 음미하려는 내 여유와 의지가 없었던 건지 모른다.
아뿔싸! 볼 준비가 안 돼 있는데, 느낄 여유가 없는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낀다는 말인가. 공연히 축제의 수준 탓만 했다는 생각에, 돌연 얼굴이 달아올랐다. 체온이 0.5도 정도 상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책으로 연신 부채질을 하며 발길을 돌렸다. 불현듯, 전에 영화를 보다가 몸에 소름이 쫙 돋아서 책 귀퉁이에 적어 놓았던 대사 한 줄이 떠올랐다.
순간 그 짧은 문장이 머리와 가슴을 가득 채운 것처럼 느껴졌다.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 같았다.
그래서 난 입을 벌려 또박또박 발음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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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户评论
  • 1590411nxlc

    要一直做下去呀!

    兔兔的小书屋 回复 @1590411nxlc: 谢谢支持呀这个月末会回归的!

  • 不好说Mart

    韩语好温柔啊

    兔兔的小书屋 回复 @不好说Mart: 谢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