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다 ‘서민 갑부’라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시청했다. 주인공은 나이 지긋한 세탁 장인匠人이다.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심혈을 기울여 바느질하듯 그는 자체 개발한 약품을 사용해 옷에 묻은 얼룩을 정성스레 제거했다.
단골만 수백 명. 인근 주민은 물론 타 지역에서 옷가지를 들고 오거나 택배로 부치는 경우도 많다. 방송은 주인공의 전문성과 재산에 방점을 찍었다. 카메라는 만 원짜리 지폐가 가득한 금전 출납기를 줄기차게 클로즈업했다.
한데 어른신은 번개 같은 손놀림으로 일을 처리하면서도 세탁소 한쪽을 힐끗힐끗 바라봤다.
그의 시선이 가 닿는 곳에, 깡마르고 작은 체구의 아들이 의자에 걸터앉안 초점 없는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들은 얼핏 보기에도 몸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세탁 장인은 아들을 향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아들과 시선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뭔가 생각에 잠기는 듯했고 주름진 눈가에는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그는 내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사연을 가슴에 묻은 채 살아가고 있는 듯했다.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내가 일이 즐거운 것도 있지만 사실은 쟤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거야. 많이 벌어야 해.”
장인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떨림은 그의 얼굴과 손가락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 나가는 것 같았다.
세탁 장인의 눈에 맺힌 물기를 보는 순간 짧은 이야기 하나가 내 머릿속에서 포개졌다.
몇 해 전, 친한 선배가 부친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평소 그는 아버지와 말을 섞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는 것도 어색해 집에서 식사할 때면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둘러 밥을 먹고 자리를 떴다.
그러던 어는 날 선배는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이동하는 길에 아버지의 눈빛을 떠올리려 했으나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아버지를 향해 “제발 일어나세요. 저 좀 보세요”라고 절규하듯 외쳤다. 하짐나 아버지는 끝내 눈을 감았다. 부자는 두 번 다시 서로의 눈빛을 확인할 수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관찰=관심’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사람은 관심이 부족하면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다. 궁금할 이유가 없으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외면하는 것이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은, “그쪽에 관심이 없어요” 혹은 “뜨겁던 마음이 어느 순간 시들해졌어요. 아니 차가워졌어요”라는 말과 동일하게 쓰이곤 한다.
그래서일까. 돌이켜보면 관심이 멈추던 순간,
상대를 향한 관찰도 멈췄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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