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가능성의 동의어|可能性的同义词

79.가능성의 동의어|可能性的同义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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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액션 영화’를 볼 때 대단한 철학이나 독특한 폭력 미학을 기대하는 것은,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짜장면을 주문하면서 단무지를 찾지 않고 피클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번지수를 잘못짚었다고 할까.

영화 ‘와호장룡’에서 주윤발과 장쯔이가 펼친 검술 대결처럼 미려한 장면, ‘올드보이’를 수놓은 일명 ‘장도리 신’이 선사하는 무자비함, 첩보 장르에 한 획을 그은 ‘본 시리즈’에 등장하는 현실 밀착형 격투 같은 건 다른 영화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고전적인 액션 영화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작품은 대개 만듦새가 앙상하다. 달리 말해, 지나치게 친절하다.

5분만 보면 누가 악당이고 누가 착한 사람인지 한눈에 구분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악당들의 캐릭터는 평면적이고 생김새는 천편일률적이다. 죄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의 일가친척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우리가 기꺼이 티켓을 끊고 극장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영화의 스토리가 궁금해서만은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다양한 상징과 은유를 해석하기 위해서만 영화를 보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를 닮은 액션 장면을 감상하며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고 싶은 마음에 극장으로 향하기도 한다.

혈혈단신으로 세계 평화를 지켜내는 주인공의 활약은 어딘지 닭살을 돋게 하지만, 일견 쾌감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만 해도 그렇다. 그는 본인의 나이를 망각한 채 극한 액션을 선보인다. 이륙 중인 비행기에 오르고 오토바이 추격전과 수중 잠수 등 육해공을 넘나드는 액션 본능을 펼친다.

그리고 매번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모두가 “안 돼!”라고 말할 때 우리 주인공은 믿는 구석이 있는지 혼자 “도전!”을 외친다. 성공 가능성이 낮은 임무에 정면으로 응전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가능성’을 찾으면, 앞으로 실현될 수 있는 성질이나 정도라고 나온다. 사전적 의미가 그렇다. 하지만 실현성, 현실성, 가망성 따위는 철저하게 계산된 통계나 명료한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능성은 때론 단순한 확률이 아니라, 믿느냐 안 믿느냐의 문제일 수도 있다.


중학교 때 사소한 잘못으로 교무실에 불려 간 적이 있다. “선생님이 너 1층으로 오시래”라는 친구 녀석의 잘못된 높임법을 듣자마자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나는 별수 없이 내려갔다.

난 교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를 악물었다. 제자에 대한 사랑의 구타를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섭기로 소문났던 학생부 선생님은 혼을 내기는커녕 이면지 한 장을 꺼내더니 “여기에 네 장점을 써 보자”라며 당시엔 듣기 어려웠던 청유형 문장을 구사했다.

칭찬과 지적이 적절히 혼재된 면담이 끝날 무렵. 선생님은 “너처럼 가능성이 있는 녀석이 그러면 안 된다”하셨다. 난 가능성이란 낱말이 참 듣기 좋았다. 내게 그 표현은 “아직 널 믿는다…”는 말로 들렸으니까.


당당하게 교무실을 나서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사람 보는 ‘눈’이란 건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것과, 가능성이란 단어가 종종 믿음의 동의어로 쓰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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