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2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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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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用户评论
  • 星鹭

    一楼大平层真好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