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자연 경관이 아기자기하고 사계절의 변화가 뚜렷하여, 산과 들과 강의 풍정이 철따라 변화한다. 이 같은 자연과 더불어 생활해 온 한국 민족 에게 정자는 극히 자연스러운 존재였다. 그래서 널리 보편화한 것이라 생각 된다. 더구나 조선조 유학의 영향으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한다는 생활 철학 이 정신적 바탕을 이루었고, 특히 선종이 한국 불교의 주류를 이루면서 자연과의 동화가 생활화되어, 한국 민족은 정자와 더욱 친숙해졌다고 본다.
농경을 주로 했던 한국인들은 자연을 사랑함에는 상류층과 서민층에 차이 가 없었다. 이는 한국의 서민 문화와 상류 문화가 모두 그 바탕을 자연에 두고 있음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맑고 깨끗하여 부정이 없는 자연을 닮으 려는 심성이야말로 한국인들의 순수한 기질이라 하겠다. 그래서 정자는 당연히 산 좋고 물 좋은 경관을 배경으로 한다.
정자는 신체의 휴식이나 잔치, 놀이를 위한 기능보다는 자연인으로서 자 연과 삶을 같이 하려는 기능이 더 강조된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 옆에, 마을 어귀 연못 옆에, 산천 경개나 들이 잘 보이는 곳에 으레 정자가 있다. 그런 정자 안에 앉아 있으 면 비록 인공의 구조물이긴 해도 이미 그 인공을 초월한 대자연 속에 동화 되고 만다. 때로는 물과 함께 억겁의 세월 속에서 함께 흐르기도 하고, 때 로는 광활한 허공에서 거침없이 시공을 초월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공의 구조물인 이런 정자가 결코 자연 경개 속에서 눈에 거슬리 지 않는다. 거기 있는 바위, 거기 있는 소나무처럼 그저 자연스럽기만 하 다.이것이 한국 정자의 모습이자 기능이며 존재 이유인 것이다.
정자가 언제부터 한국에서 지어졌는지는 정확히 단정할 수 없으나 형태상의 특징으로 보아 그 연원을 고구려의 부경과 시골의 원두막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먼 옛날부터 이미 정자를 지을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정자의 조경은 숲이나 주변 환경 요소인 냇물이나 강 등을 자연 상태 그대로 받아들여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서양의 조경이 인위적이고 기하학 적인 것과는 달리, 일반적으로 한국의 조경은 본래의 자연 형태를 그대로 주변의 조경 요소로 이용하였다. 이는 자연 숭배사상 등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보아야겠다. 간혹, 인위적인 방법으로 집 안에 조경하는 경우도 있으나, 예부터 정자는 주위의 자연 경관 그대로를 이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의 전원은 사람을 압도시키는 풍경은 아니다. 자연 조건도 그렇거니와 농경조건도 광활한 대지가 아닌 개인 능력의 한도 내에서 경작이 이루어지 는 주거와 농경이 밀착된 생활이다. 그래서 한국 사람들은 자연에 동화되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살아간다. 이는 곧 자연이 주는 혜택에 만족할 줄 알고, 자연에 순응하는 다소곳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자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 정자는 한국 민족의 심성을 반영하는 휴식 공간이며, 문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정자는 한국 민족의 정서와 자연 환경에 부합되는 가장 한국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에, 시대나 지역에 관계없이 일반화되어 자유로이 건립되 었다. 정자는 주로 풍류, 관망, 휴식을 위해 건립되었다.그러나 일부는 추모나 기념의 목적으로 건립되었으며, 강학의 목적으로 건립되는 경우도 있었다.또, 독립된 단일 건물로서만이 아니라 궁궐, 사찰, 향교, 서원, 일반주택에 부속된 시설로 건립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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